최근 넷플릭스에서 항상 한국 시청 순위에 드는 어둠속으로 1시즌을 봤습니다.
아무 정보 없이 봤을 때 프랑스어가 들린다 싶었는데 벨기에 드라마였습니다. 최근 재난물을 즐겨보는 편인데 어둠속으로는 재난물과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세계 멸망 후를 다루는 것) 양쪽 모두의 맛을 적절히 섞어 놓았어요. 오프닝 타이틀이 뜨기 직전, 첫 전개가 매화 굉장히 재밌습니다. 오프닝 꼭지를 잘 다루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헉, 하는 느낌이 자주 들어요. 태양과 관련한 상상으로 파고 들어간 재난 스릴러인데, 똑같이 재해를 다루는 '코브라' 같은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 훨씬 과감하고 전개도 시원시원해요. 에피소드 길이도 40분 정도로 짧습니다. 딱 재미있는 길이인 것 같아요.
여기까지가 스포 없는 감상입니다.
이 문단 이하로는 어느 정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이 '아 굉장히 스트레스 주는구나'였습니다.
사실 한국 매체들은 근 10년 동안 굉장히 순한 맛이 되었습니다. 과거 한국 드라마들을 보면 재난의 강도 자체가 다르죠. 죽음, 주요 인물의 퇴장, 재난, 심지어 전쟁, 가족사를 다룰 때도 기본이 헤어짐과 재회, 출생의 비밀 등(ㅋㅋ) 하나같이 고통의 강도가 높았습니다. 지금은 비록 좀 우스워졌지만요. 가끔 옛날 드라마를 꺼내 보면 와, 엄청난 선정성이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상 묘사에서의 선정성이야 지금이 높겠지만 정서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실력은 예전이 낫단 생각이에요. 보는 사람을 냉탕에 넣었다 꺼냈다 하는 실력이 작가의 역량으로 인정받던 시대도 있었죠. 그런데 요즘 드라마는 그렇게 못 씁니다. 애초에 주요 인물이 죽으면 격노한 시청자가 가만 있지 않을 뿐더러, 클리셰적인 스트레스(예상이 충분히 가능해서 봐도 시시할 뿐인)를 활용하여 전개하지 않고 진짜 날것의 스트레스를 주면 상당히 많은 시청자가 하차해버리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마음을 두고 있는 인물이 죽을 걱정을 안 해도 되는 한드 시청 때와 달리 '어둠 속으로'는 상당히 스트레스를 주는 편입니다. 안전한 전개가 지겨운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태양의 전자기장 변화라는 묘한 설정도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높여갑니다. 혹여나 시청자가 안심할까봐 단계별로 더한 과제를 제시하는 식이죠. 처음엔 제대로 된 각도로 도망치고 식량을 구하는 걸 과제로 줍니다. 그게 달성되면 식량의 변질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내놓죠. 그 다음엔 연료가 썪는 문제가 나오는 식입니다. 절대로 이 정도면 적당히 살 수 있겠다 라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생존물의 경우 쉘터를 짓거나, 생존 과정에서 점점 더 능숙하게 살아남는 내용 위주로 전개하는 장르도 많습니다. 예컨대 좀비물의 최고 클리셰는 '마트털이씬'이죠. 마트를 털고 생존물자를 쟁이고, 거기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둠 속으로'는 점입가경 전개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매화 어쩌면 내일 모두가 죽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게 목표인 것 같아요. 액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위험이 찾아오는 게 아니라 전멸의 위기가 계속 새롭게 제시되는 식입니다. 꽤 심각한 극이라고 생각했는데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 같아요. 이 극단의 상황은 하나의 전제로 존재합니다. 이런 환경 안에서 시청자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겠냐는 거죠. 극한 상황에서 인물 간 갈등, 소집단화, 도덕논쟁 등이 계속해서 섞여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딜레마 상황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이 다면적 인물일 수밖에 없죠. 치명적인 문제가 있지만 공동체에게 주는 이점도 큰 사람, 문제는 적지만 도움도 덜 되는 사람, 문제만 있지만 빼낼 이유도 없는 사람, 신체 건강한 사람과 노약자, 멘탈이 센 사람과 약한 사람이 마구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아, 정말 짜증나는 인간만 나온다'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완전한 주인공형 인물은 나오지도 않거든요.
하지만 상황 자체가 워낙 흥미진진하게 구성되어 있어,
취향불문하고 누구든 상당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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