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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화를 잘 내는 사람의 문제는 "뇌량"에 있을까?

관심분야/심리

by 덱스트 2020. 3. 6.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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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unsplash.com)

 

세상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부드럽게 미소를 띠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한편, 사소한 일로 대폭발처럼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화가 너무 쉽게 난다면, 또 폭발적으로, 발작적으로 분노가 일어난다면 우뇌와 좌뇌를 잇는 "뇌량"이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뇌량은 좌우의 대뇌 반구 사이를 연결하고 있는 신경 섬유의 큰 집단을 말한다. 

 

2017년 '미국립과학원회보' 12월 12일 자에는 뇌량 절제술을 받은 뇌전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 전후 좌뇌와 우뇌의 기능적 연결성의 변화를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뇌량이 절제된다고 뇌가 두 개가 된다든지, 인격이 두 개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분리 뇌 환자들은 가끔 자신의 신체가 의식과 달리 멋대로 행동하는 증상을 겪었다.

 

 

 

또한 뇌량의 움직임이 원활한 사람은 실제로 화가 덜 나는데, 우뇌와 좌뇌가 정상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그때그때 자연스럽게 상대의 "말"을 다각적으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언어나 논리 정보는 좌뇌가 담당한다. 우뇌는 언어나 논리 정보에 간섭하지 못하고 협력하는 방식인데, 이 협력의 강도가 사람 간에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가 거짓말을 할 경우 우리는 우뇌를 통해 표정이나 동작에서 거짓말을 감지한다. 그것이 언어나 논리를 담당하는 뇌와도 상호작용하며 거짓말을 좀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또 그런 말 하는 구나" 등으로 받아넘길 수 있다.

 

반면에 뇌량이 잘 일하지 않으면 좌뇌만으로 논리적으로 생각하여 표정을 고려하지 않고 상대의 말만 진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경우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분노를 느낀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나 거짓말에 노출되고 있는 경우 우리의 몸에서는 당질 코르티코이드 (Glucocorticoid)가 분비된다. (유명한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도 이 당질 코르티코이드계의 호르몬이다) 코르티솔이 한계 이상 분비되는 경우 여키스와 도슨의 법칙에 따라 우리는 저각성 상태로 들어가는데, 이때는 작업의 효율이나 의욕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 채로 있으면 당연히 뇌량도 정상적으로 일하기 더욱 어려워지며, 악순환이 반복된다. 상대방의 말과 태도가 하나하나 더 궁금한 채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로 인해 복합적 판단이 어려워지고, 그럼 또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로 인해 자포자기해버렸다가, 다시 나를 화나게 한 상대의 말과 몸짓 등을 생각하며 더욱 화가 나는 식이다.

 

이때의 머리 속은 뇌전증(간질) 환자의 발작과 같은 메커니즘으로 돌아간다.

 

억눌러지지 않는 다혈질적 분노는 간질 발작에 가깝다. 뇌전증(epilepsy) 발작은 뇌신경세포중 일부가 짧은 시간 동안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인 이상흥분현상에 의하여 과도한 전류를 발생시킴으로 나타나는 이상을 말한다. 이것이 간질 발작(seizure)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간질 발작은 우뇌와 좌뇌를 하나로 사용하는 동안 양측 차이가 생기면서 과잉 전기 신호가 흐르는 데서 발생한다. 그래서 간질 발작이 일어났을 때의 기억은 없어지는 것이다. 분노한 사람 역시 너무 심한 분노를 느낄 땐 그동안의 기억이 날아가곤 한다. 실제로 나이가 들수록 전두엽이 쇠퇴하면서 호르몬 문제 등으로 분노를 억제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분노도 결국 뇌기능과 호르몬의 제어를 받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해결할 방법은 있을까?

 

사실상 분노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탄력성이지만 이것도 호르몬과 뇌 문제로 이미 폭발적 분노를 일으키는 사람이 단숨에 단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뇌량이 발달한 사례를 역추적해 들어가보면, 숙련된 음악가들의 뇌량이 일반 사람보다 크다는 신경과학자의 연구가 있다. 또 어린아이의 경우 청소년 이전 뇌 형성시기 내내 여러 종류의 학습과 풍요로운 경험을 하면 실제로 뇌량이 두꺼워진다. 

 

사실 인간의 뇌는 평생 변한다는 연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뒤늦게 무슨 일을 해도 너무 놀랍고 새롭게 느끼지는 않으므로 계속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치매 또한 새로운 자극과 적절한 스트레스가 주어질수록 발병 확률이 낮아지지만, 안타깝게도 노인의 뇌는 쉽게 긍정적 자극을 받지 못한다.)

 

개인마다 사정과 배경이 다르므로 누구에게나 완벽하게 적용되는 대처법은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노의 원리 자체를 아는 것만으로도 좀 더 정확한 방향으로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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