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네이버웹툰을 더 좋아해서
카카오페이지를 자주 이용하지는 않는 편인데
이날은 카카오페이지에 볼 작품이 있어서 들어갔다가
이 아씨의 법정 배너를 보고 흥미가 생겼다.
나의 네이버 웹툰 취향은
니나의 마법서랍, 똑닮은 딸, 팔이피플, 소녀재판, 수희0 정도이다.
이것들은 연재마다 챙겨보고 다른 건 좀 띄엄띄엄 본다.
조건이라면 여자가 주인공일 것, 그러나 그 여자주인공들이
로맨스보다도 도파민 중독자를 만족시켜주는 라인업이다.
그런데; 로맨스웹툰인 아씨의 법정 20화를
앉은 자리에서 밤새 다봐서 후기로 기록해놓는다.
여주인공
강은산
세손빈으로 입궁했다가
늘 이런 장르가 그렇듯 역모에 휘말려 패가망신하고
도망자가 되었다.
지금은 외지부(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똑똑하고 강단있고 변호사라서 그런가
왕 앞에서도 한마디도 말을 안 져서 재미있었다.
왕인 거 모르지만..
이 초시 = 왕
이름은 내가 흘려봤는지 안나오는지
하여튼 여주인공이 이 초시로 알고 있는 인물이다.
실은 궐 밖에 나온 왕이었다.
이런 얼굴이지만 궐 밖에서는 물정을 몰라서 딱히 힘을 못 쓰고
여주인공이 조수(ㅋㅋ)라고 의뢰인한테
뻥을 치는 바람에 은근 그 뒤에도 외지부 조수인걸로 돼서
재판에 동행하고 그런다.
뒤에서 왕권을 이용해 은근히
조력을 하기도 하는 암시가 군데군데 있다.
고지식하고 젊은 놈 특유의 그 너그럽지 못한 느낌?
융통성없는 모습으로 나온다.
송시백 = 송 대인
경강상단의 대방으로 나온다.
경강상인들은 다른 상단과는 약간 성격이 다른 걸로 알아서 좀 아쉬웠는데..
(물론 객주같은 드라마에도 지역상단마다
다 대방, 행수 있는 걸로 나오긴 하지만.)
상단 주인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변호사 로펌?(율당)도 운영하는 걸로 나온다.
즉 여주인공의 고용주, 사장님인 것.
그러면서 아마도 서브남..
현대의 로펌은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만 설립할 수 있다.
만약 아씨의 법정 내용에서처럼 상인, 기업가가
로펌을 설립할 수 있다면 폐해가 많을 것 같은데..
실제로 이 가상 세계관에서도
상인들이 재판 변호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바람에
폐해가 존재하는 묘사가 있다.
폐해의 중심에 있으면서 다정하게 웃는 남자를
나는 좋아하기 때문에 나올 때마다 미리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딱히.. 오픈 시점인 현재로서
아직 별 악행을 저지르진 않았음
빨리 저지르길 바랄뿐..
도금호
머리털이 금색 호랑이 터럭처럼 밝은
호랑이 종사관? 도깨비 종사관 그런 인물인데
어릴 때부터 여자인것도 알고 남매처럼 자란 서브남이었다.
머리색이 관상적으로 별로이기 때문인지
양반댁 막내지만 출세를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포도청 종사관 정도에 머무는듯
몸도 좋고 나올 때마다 분위기가 밝아지는 타입인데
머리색으로 차별을 당한 것 치고는
아직 맘고생을 해보지 않은 느낌이라서
난 이런 사람이 한번쯤 울 일이 있으면 더 좋아질것 같다.
왕대비
악녀롤.
할바마마의 계비라면 또 정순왕후 모티브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
수렴청정을 했다는 것을 보면
순조대의 정순왕후가 섞인 것 같기도 하고
넘겨짚어보면 남주는 정조 또는 죽은 의소세손을 모티브로 했고
대비는 정조대와 순조대의 대비를 섞은 느낌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좀 더 권력이 있는...
사실 정순왕후는 눈치를 많이 봐가며 정치한 편이라
자신이 후대에 어떤 모티브를 주고 있는지(ㅋㅋ) 알면 까무러칠지도 모름
수렴청정의 법도까지 정리한 여성이라 이후 수렴청정기의 기틀을 잡기도 했는데
그뒤 여러 수렴청정의 선례가 되었다.
어쨌든 수렴 묘사상
이 작품은 조선 후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며
할바마마의 계비라면 역시 한사람 밖에 없는 것이다ㅎㅎ
그러나 난 개취로 이런 얼굴 좋아해서
나올 때마다 묘한 분위기를 잡아줘서 좋았다.
장면의 연출에 필요한 적정 수준이 있다면
항상 그보다 좀 더 공을 들인 수준의 작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끝단이
아씨의 몸종이자 가족같은 존재
자기 몸만한 칼을 차고 다녀서 신경쓰인다고 생각했는데
가진 사연이...
짧은데 마음에 남았다
귀엽고 조그만 체구에 밝은 성격인데
여주인공 이상으로 현실적이거나 싸늘할 때가 있다고 느꼈다
자신의 귀여운 태도에 묻어가고 있을 뿐ㅋㅋ
재판 및 사건은 두 에피소드 진행되었는데.
첫 재판인 포졸과의 재판 이야기는 그 시대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현실에서 계속 반복되는 여성에 대한 스토킹 및 사각지대 이야기였고
조선을 배경으로 한 가상 법정극에서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느냐,
시대극의 가면을 쓴 현실극을 할 것이냐의 기로에서
이 작가는 후자를 택하겠다는 선언으로 느껴졌다.
스토킹은 철저한 현대적 범죄다.
시대극이 이걸 골랐다는 것 자체가 위화감이 있었다.
만약 현대법을 기준으로 한다면 첫 에피의 판결은 반대가 되었을 것이다.
상대 외지부가 이겼을 것이다.
하지만 왕이 있고 사람들에게
인애와 정의가 있는 가짜 세상에서는
외지부 강은산이 이긴다.
아씨의 법정이 선택한 가상조선은
실존했던 조선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현대 한국이 아직도 해결할 수 없는 법적 사각지대들을 그곳으로 가져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판타지의 공간,
거리를 두는 장소로서 선택 받은 것이다.
실제로 맨 처음 아주 잠깐 나오는 부당이득반환 얘기에서도,
어? 이거 현대법이었으면 또 판결이 반대였을 거라고 느꼈는데
(연속으로 현실과 정반대 판결을 하는데서 신호를 받은 것 같음ㅋㅋ
그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다음 사건 판결까지 보고 나면 아마 확실해질 것 같다.
두번째 사건은
얼마 전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도 다뤄졌던
촉법소년 테마로 현재 클라이막스에 와 있다.
자세한 스포일러 없이 할 수 있는 말이 없는데
내용마다 다 기억에 남는 부분들이 있었고
곱씹어볼수록 느껴지는 어떤 디테일이 있었다.
로맨스 장르에 충실하고 멋진 한복차림 캐릭터들이 이 이야기를 채우고 있지만
각 사건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나오고
이 사람들은 모두 내가 보기에 현대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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