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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은 왜 사람을 점점 더 예민하게 만들까? 귀트임 없애는 법

덱스트 2021. 10. 15. 12:25

 

 

최근 저희 윗집에 대형견을 키우는 한 남성이 새로 이사왔습니다.

 

그뒤로 저는 귀가 트이는 게 뭔지 알게 되었습니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불규칙하게 들려오는 진동음으로 인해 극도의 분노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참고 참고 참다가 발작적으로 천장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르는 진귀한^^ 경험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법만 없다면 가서 죽여버리고 싶네요.

 

저는 원래 소음에 무디고 오히려 외부에서 들리는 생활소음들(판매상들의 방송소리, 차나 오토바이 소리, 개나 고양이 우는 소리)은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어릴때 대로변 상가집에 살았던 기억이 있어서 새벽에 쌩쌩 달리는 차 소리는 오히려 저에게 향수를 가져다 줍니다. 그러나... 윗집에서 둔중한 몸으로 찍어대는 발망치의 진동 소리는 도저히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막 이사를 왔으니까 가구를 옮기거나 소리낼 일도 많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새벽 세시까지 찍어대는 발망치, 물을 계속 트는 습관, 문을 쾅쾅 밀어 닫는 스킬에는 견딜 재간이 없었습니다. 

 

 

1. 층간소음은 소리일까?

 

보통 우리가 접하는 생활상의 소음은 공기를 통해 전달됩니다.

TV소리나 대화 소리, 노래나 악기 소리도 커지면 충분히 괴롭지만

이것들은 기체를 통해 전해져오므로 비교적 가볍습니다.

소음이라면 보통은 이렇게 단순 소리(Airborne noise)여야 하죠. 

 

하지만 실제 층간소음 대부분은 중량충격음으로 고체인 벽을 통해 진동의 형태로 전해져옵니다.

이런 층간소음은 충격력이 지속시간도 깁니다.

즉 신체에 바로 전달되며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단순히 귀마개를 한다고 해결되지도 않죠. 

충격량이 있으니까요.

 

진동을 측정해보면, 쿵쿵 둥둥대는 발망치 소리는 실제 진동을 동반합니다.

즉 진짜 내몸이 울리는 것이죠 ^^

 

당연히 심장이 뛰고 명치가 죄어듭니다. 

이상한 반응이 아닙니다. 정상입니다.

 

데시벨(dB)만을 측정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충격음(Impact noise)은 소리가 작아도 엄청난 데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2. 왜 이렇게나 미칠 것 같은가? (내가 예민한 걸까? 답은 No)

 

안 겪어본 사람은 층간소음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절대 모릅니다.

 

저주파 소음에 노출된 쥐는 코르티졸 농도가 치솟아 심박수 문제와 호흡 문제, 뇌파 감소, 불면증, 운동량 감소 등의 문제를 다 겪습니다. 인간도 불안감, 우울감을 겪고 두통, 불면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살인 충동, 자살 충동도 느끼게 됩니다.

 

제일 큰 문제는 '불확실성'입니다.

위에서 언제 소리가 들릴지 모른다는 점, 랜덤하게 불쾌한 진동이 전달된다는 점이 몸을 긴장시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언제 뿜어져 나올까요. 

실질적인 위기상황, 위험상황에 처했다고 생각될때 확 치솟습니다.

즉 우리 몸은 불시에 진동, 또는 큰 소리가 들리면 위험 상황을 감지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쥐를 랜덤한 순간 계속 고양이와 마주치게 하면 결국 운동성이 떨어지고 우울증을 겪게 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층간소음의 피해자들은 하루종일 계속 몸의 위험감지 상태에 강제로 휘말려드는 것입니다.

스트레스 반응은 원래라면 위험한 상황에 처한 개체가 생존하게끔 하고, 먹이를 잡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외적 자극을 받은 순간 적절한 반응으로 응급 상황을 이겨내게 하죠.

 

 

예를 들면 길을 가다 뱀을 만났다고 생각해봅니다.

이때 몸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요.

 

1. 심박수가 증가하고 온몸이 긴장합니다.

2. 온몸이 긴장하면서 자극에 대한 반응시간이 짧아집니다.

3. 시력과 청력의 민감도가 확 올라갑니다.

 

몸은 지금 전투 및 방어 태세를 갖추고 싸움, 도망 중 하나를 결정하게 됩니다.

 

층간소음 피해자들은 이 세가지 설명이 상당히 익숙하실 것입니다.

바로 층간소음 피해시의 내 몸 내 상태가 아닌가요? 

 

층간소음 피해를 당하는 일은,

가장 편안해야할 내 집에서 24시간 아무때나 생존 위협을 받는 것과

신체적으로는 그 반응이 똑같습니다.

 


3. 스트레스 반응의 구조 

 

1. 신경계의 반응

 

예측할 수 없는 자극이 눈과 귀로 들어오면 제일 먼저 자율 신경계가 반응합니다.

시상과 편도체에서 뇌하수체와 부신 피질 등을 자극해서 아드레날린, 코티솔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대량으로 방출한합니다.

 

2. 전두엽의 판단

 

일단 호르몬을 방출한 후, 이제 우리 머리는 이 상황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복내측 전두엽(ventromedial frontal lobe)에서는 이것이 무엇인지 판단합니다.

착각인가? 아니면 정말 위협이 지속되고 있는가?

 

착각일 경우 -> 긴장을 풀고 이완되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실제일 경우 -> 도망가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아니면 싸우라고요.

 

3. 피드백 (일어난 일의 학습)

 

한번 경험한 위협을 우리는 인지적으로 학습합니다.

한번 겪었던 일은 비슷한 상황만 갖추어져도,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데도 몸이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냅내다. 

 

여기에서 끔찍한 결론이 나오죠.

 

4. 층간소음 반응의 구조 

 

위에서 드르륵! 쿵쿵! 소리가 납니다.

 

층간소음을 겪는 사람의 몸에서는 일단 스트레스 호르몬이 왕창 나옵니다.

그 다음, 이것이 생명을 위협하는 일은 아니라는 걸 깨달아 긴장을 풀고 몸을 이완시키게 됩니다.

 

바로 그때 다시 시작된 발망치. 쿵! 쿵쿵쿵! 쿵쿵.

이완된 몸이 다시 긴장 상태로 들어갑니다.

 

이런 이완과 각성이 계속 반복되면 솔직히 무엇이겠습니까? 이 위협은 이제 실질입니다. 

실질이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정말로 실질입니다.

이제는 윗집에 올라가서 칼로 그 소음의 발생 원인을 죽여버리든가, 내가 이 집을 떠나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집을 떠나지도, 윗집을 죽이지도 않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계속 내 몸을 잠식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미칠 것 같습니다. 명치가 터지려고 하고 심장이 불쾌하게 계속 뜁니다.

 

더구나 피드백 학습으로 인하여 우리는 이 위협 상황을 학습했습니다.

윗층 발망치충이 당장 소리를 내지 않는데도 그새끼가 화장실 가서 물만 내려도,

집에 오는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똑같이 죄어듭니다.

 

반복하면 내 몸은 정말로 망가집니다.

 

사람의 몸은 일시적 자극 반응을 견딜 수는 있어도

계속 지속되는 자극 반응을 견딜 만한 내구도는 갖고 있지 않으므로

사람에 따라 가장 약한 부분부터 비가역적 손상을 입게 됩니다.

 

또 스트레스의 원인이 해결되어 증상이 완화되었다가도

다시 동일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순간 제일 먼저 그 증상부터 나타나게 됩니다.

 

 

 

5. 결론 : 해결책은 조절 가능성과 예측 가능성 뿐

 

신체상의 이유로 접근했을 때 원론적으로는 이 스트레스를 없애려면

'내가' 이 상황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게 윗집소음충의 소리는 내가 조절할 수 없습니다. 죽고 싶죠.

이 상황에 참거나 명상하기, 이 상황이 생명의 위협이 아님을 인지하기(정말 작은 도움은 될 수 있습니다..) 등은 결국은 큰 효과가 없습니다.

 

여기 소리가 나면 참는 사람과 소리가 날 때마다 계속 윗집을 자주 때려주는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때려도 어차피 소음충은 계속 소음을 냅니다. 어쩌면 보복소음을 발생시키며 더 나댈지도 모르겠네요.

발을 구른다든지 더한 짓거릴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천장을 때리는 사람의 스트레스가 훨씬 줄어듭니다.^^

 

처음엔 윗집에서 내려와 더한 위협을 할까봐 겁이 나서 긴장 반응이 더 높아지겠지만,

때려서 소리가 줄어드는 경험, 윗층이 보복소음을 내는 경험, 둘 다 내 행동에 따른 피드백이기 때문에 단순 층간소음보다 '예측가능성'이 높고 '조절가능성'도 훨씬 높습니다.

 

윗집에다 우퍼를 틀어주고 있으면 실제 넘어오는 소음이 줄든 줄지 않든

대체로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단순히 쓰레기에게 복수를 한 걸 넘어 아니라, 상황에 대한 통제성이 높아졌습니다.

 

나는 갑자기 스트레스 상황을 만나 계속 반복되는 고통 속에 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을 실제 전투에 사용했습니다.

신체반응을 억압하지 않고, 준비 태세가 된 순간에 적절하게 쓴 것이죠.

 

만약 보복이나 싸움이 어렵다면,

회피하고 그냥 이사를 가는 것도 내 결단, 내 선택이고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행위라는 점에서는 건강에 똑같이 도움이 되겠죠.

 

몸이 부서지기 전에 도망 또는 싸움, 선택을 해야 우리의 신체가 버틸 수 있습니다.

 

매일 위층을 두드리고 소리를 치고 싸우는 편이

가만히 소음을 참는 것보다 무조건 신체에 낫습니다.

이미 유발된 전투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고민을 하지 마세요.

생각을 하지 말고, 이것이 생활소음인지 그냥 소음인지 판별하지 마세요.(복내측 전두엽의 판단 기능을 멈추세요. 층간소음은 애초에 지속성이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시끄러운지, 어떤 수준인지, 무엇 때문인지, 전두엽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위협은 한가지 입니다.

 

기준은 진동이 오고 몸이 긴장된 순간 그것 딱 하나 뿐입니다.

긴장이 오는 그 순간 공격을 하셔야 합니다.

 

그것만이 내 몸의 신체 반응을 적절하게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건강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보복을 얼마나 크게 하느냐 보다는

내 몸이 준비된 바로 그때 즉시성 있게 항의하는 것입니다.

 


 

층간소음 피해자의 신체 상황과 귀트임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은 충간소음을 내는 가해자에게 할 수 있는 합법 보복의 수위,

그들의 심리 상태 등 가해자의 정신 문제^^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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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가해자 참교육 방법과 리스크, 보복, 복수 관련 판례 등

※이 글은 지난번 포스팅에서 이어집니다. https://easygoingway.tistory.com/590 층간소음은 왜 사람을 점점 더 예민하게 만들까? 귀트임 없애는 법 최근 저희 윗집에 대형견을 키우는 한 남성이 새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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